황당한 점수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학년에서 매번 꼴찌를 해서 체면이 말이 아니던 담임선생님은 이번 시험이야 말로 명예회복을 할 기회라며 학생들을 닦달했다.
'이번 시험은 아주 중요하다.
이번에도 우리반이 학년에서 꼴찌를 한다면 모두 초상 치를 각오를 해라.
특히 지난번 시험에서 우리반 평균 성적을 깎아먹었던 놈들은 분발하기 바란다.
지난번보다 점수가 올라가지 않을 경우 가만 두지 않겠다.
알겠나?'
지난번 시험에서 평균 50점을 겨우 넘었던 봉팔이는 '이번엔 정말 죽었구나'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반 아이들에게 성적표를 나누어준 담임선생님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번에도 역시 너희들은 나의 예상을 넘지 못했다.
모두 각오해라.
지금부터 평균점수가 50점 위인 놈들은 교실에 있고, 나머지는 교실 밖으로 나간다.
알았나?'
말을 마치자마자 담임선생님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느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아이들은 모두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조용히 손을 든 학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봉팔이었다.
'선생님, 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그러자 선생님이 봉팔이에게 인상을 확 쓰며 말했다.
'왜, 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 빨리 말해봐!'
그러자 봉팔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전 딱 50점인데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더욱 화가 난 듯한 선생님이 봉팔이를 째려보며 말했다.
'뭐야? 이 시키가 지금 장난하나? 그럼 넌 문틈에 껴있어. 시키야!'